보도자료

[The PR Times] ‘실패’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하는 7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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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도전과나눔 제54회 기업가정신 포럼 패널 토론 ③
안현실 한경 AI경제연구소장 “도전 자체가 삶의 의미”


안현실 한국경제 AI연구소장(논설위원)은 △인생 △이데올로기 △복잡 적응 시스템 △1517펀드 △규제 △인구학 △AI 등 7가지 관점에서 우리가 ‘실패’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는 왜 도전하는가?’라는 주제로 6월 14일 열린 사단법인 도전과나눔 제54회 기업가정신포럼에 토론 패널로서 발표한 내용이다.

안현실 소장은 “우리는 왜 도전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이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이 보낸 패널 초청 톡 안에 다 들어있다면서 그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스타트업의 경우 실패할 확률이 상당히 크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성공한 스타트업이 약 3.03번 실패한다고 합니다. 한 두 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야하는데 이때 실패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또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합니다. 다시 재정의해야할 실패의 의미를 말해도 좋습니다.’

이금룡 회장의 초청 톡을 보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굉장히 고민한 끝에 안현실 소장은 발제자가 아닌 패널로 참석하는 행사로는 난생처음으로 PPT 자료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인생의 관점]

2019년 미국이 세계최대 산유국이 될 수 있게 한 배경인 ‘셰일 혁명’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미첼이 수압파쇄공법 실험을 시작한 것은 환갑이 넘은 나이였던 1981년이다. 80세를 앞둔 1998년 마침내 도전에 성공하기까지 그가 뚫은 시추공 숫자만 1만개였다. 그중 90% 이상이 실패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99%는 아마도 ‘죽자 사자 열심히 하면 반드시 웃을 날이 온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나 “필연적 해석은 사기”라고 안현실 소장은 단언한다. 뒤의 결과를 그 앞에 있는 원인과 연결해 만들어진 필연적 해석의 순환 스토리는 거짓말이라는 말이다.

죽자 사자 노력한다고 꼭 성공이 찾아오는 게 아니고, 인생의 의미는 저렇게 열심히 산다는 것 자체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성공이고 실패고, 사실은 ‘Don't care’(아무 상관없다)하는 게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고 안 소장은 지적했다.

[이데올로기의 관점]

대한민국에서 소위 우파라는 보수주의는 성공의 원인이 모두 개개인의 능력 때문이라 보고, 소위 진보라는 좌파는 모든 성공이 환경 덕분이고 실패는 환경 탓이라고 한다. 보수주의도 아니고 진보주의도 아닌, 우도 좌도 아닌 자유주의는 운, luck을 인정한다고 안 소장은 말했다.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성공한 사람을 소개할 때 필연적 스토리로 풀지만, 그 사람과 삼겹살에 소주를 놓고 이야기해보면 모두가 운을 말한다”며 안 소장은 “그 운이 성공한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한 사람에게 ‘넌 정말 최선을 다했다.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위로하면 그 실패자는 재기할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운은 내가 컨트롤 한 게 아니라서다.

[복잡 적응 시스템의 관점]

디벨롭먼트(Development=발전) 사고와 에볼루션(Evolution=진화) 사고가 있다. 디벨롭먼트 사고에서 실패는 죄악이지만 에볼로션 사고에서 실패는 필수다. 에볼루션은 ‘우연’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후지산은 어디서 출발하든 정상에서 다 만난다. 안 소장은 “그런데 지금의 혁신 지형은 후지산이 아니라 알프스”라고 지적했다. 밑에서 보면 어느 쪽 정상이 가장 높은지 모른다는 것이다.

안 소장은 “로컬 옵티마(지역 최적)와 글로벌 옵티마(국제 최적)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잘못 출발하면 낮은 정상에서 그냥 끝나고 만다”고 경고했다.

알프스 산의 최고 높은 정상을 가고 싶다면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한다. 다양한 실험은 ‘실패의 반복’과 같은 말이다.

그래서 복잡 적응 시스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상 못하는 무슨 일이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상정하고 불확실성을 축소하는 거다. “불확실성 축소는 다양한 실험으로 하는 것”이라고 안 소장은 강조했다.

[1517펀드의 관점]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초기 50만 달러 투자로 한국 돈 기준 조 단위 수익을 거둔 벤처 투자자 피터 틸이 2016년에 만든 투자펀드 이름이 ‘1517펀드’이다.

1517은 종교개혁이 일어난 해를 뜻한다. 마르틴 루터는 천년을 이어오던 Dark Age(암흑의 시대) 중세를 끌어내렸다. 펀드 이름을 1517로 정한 것은 종교 개혁처럼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볼 수 있는 걸 목표로 한다는 의미다.

이 펀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필수 자격 요건 중에 대학교 중퇴가 있다. 지금 당장 대학을 박차고 나올 수 없는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안 소장은 “대한민국도 이런 펀드를 만들어야 대학교가 빨리 망한다”며 “대학교가 빨리 망해야 판이 바뀐다”고 덧붙였다.

[규제의 관점]

에버렛 로저스의 ‘혁신 확산 곡선’을 보면 제일 왼쪽에 2.5%의 마니아 유저, 이노베이터들이 있다. 뭔가를 혁신하는 사람만 이노베이터가 아니라 유저도 이노베이터가 있고, 그들 둘이 만나야 이노베이팅이 일어난다.

어느 사회든 2.5%의 이노베이터가 있다. 유저 이노베이터 옆에 13.5%의 얼리버드가 있고, 그 다음 각 34%의 얼리 메이저리티와 레이트 메이저리티, 마지막으로 16%의 느림보(laggard)가 있다. 이 순서로 혁신이 퍼져 나간다.

맨 왼쪽의 2.5%와 13.5%를 합하면 16%인데, 미국은 16%의 사람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규제 시스템 용어로 말하면, 하지 말라는 것을 제외한 모든 걸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이다.

스타트업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프로세스로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제품)를 말하는데, 이 16%를 대상으로 장사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미니멈만 갖추면 시장이 되니 한번 테스트해보라는 것은 실패를 수용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대한민국의 MVP는 맥시멈이다. 100%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단 한 번의 실수만 있어도 아웃이 된다.

[인구학적 관점]

안현실 소장은 “발명의 가능성은 인구에 비례한다”며 “고대에서 중세까지 근대로 넘어오기 전에는 세계 최고 발명 국가는 중국이었는데 근대로 넘어오면서 다 뒤집어졌다”고 지적했다.

근대 과학의 핵심은 실험인데, 실험은 인구 수와 관련이 없어서다. 실험은 인구가 아무리 작아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안 소장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네치아의 사례를 제시했다.

페스트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었다. 작은 규모의 도시여서 가뜩이나 인구가 적은데 줄어드는 인구를 가지고 베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는 시점에 국가 전략가 한 사람이 나타나서 제안한다.

“모든 시민에게 실패의 자유를 한 번씩 주면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나고, 두 번씩 주면 3배로, 3번 주면 인구가 4배로 늘어난다. 인생을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살게 해주면 인구가 두 번 세 번 두 배 세 배 네 번 다섯 번 올라간다.”

안 소장은 “이 말이 인구가 감소하는 오늘날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인구가 감소한 만큼 실패의 자유를 주면 인구 감소 효과를 다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이 중국을 이길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중국 인구는 14억 명이고 대한민국은 5천만 명이다. 5천만의 28배가 14억이다. 안 소장은 “대한민국 국민 한 명 한 명이 28번 실패해도 좋다고 자유를 주면 된다”며 “28번 인생을 살게 해 주면 대한민국 인구는 14억”이라고 말했다.

[AI의 관점]

인공지능 시대 인간과 AI 분업에 대해 전문가들이 나와 ‘이런 일은 AI가 해야 되고 저런 일은 인간이 해야 된다’고 말한다.

안 소장은 ‘예측이 가능하고 도전과 실패가 필요 없는 일’과 ‘예측이 어렵고 도전과 실패가 필요한 일’로 분업이 이루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AI에게는 앞부분을 맡기면 되고 인간이 해야 되는 건 뒷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바꾸어 보면 이런 뜻이 된다”고 말을 이어간 그는 “예측하기 어렵고 도전과 실패가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하는 인간은 AI시대에 사라진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라는 말로 토론 발언을 마무리했다.

김경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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